글자
모르는 걸
들킬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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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고산면 김계순 할머니
그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다슬기 잡아 생활했어. 보리쌀 한말에 600원씩 할 때네. 도랑가서 다슬기 잡아다가 그 놈 팔아서. 시방같이 비싸면 참말로 팔자 고쳤겄어. 그 전에는 한 사발에 15원. 사발도 막 이렇게 생겼어. 옛날 사리사발. 다슬기 장수(장사)들이 오면 크으은-놈으로 한 사발씩 줘. 아이고. 말도 못했어. 그렇게 큰 사발로 퍼가면 아무리 잡아도 열 사발, 열다섯 사발 밖엔 안디야.
그래갖고 나중에 그놈을 전주 중앙시장으로 가져갔어. 팔라고. 한 사발을 가져가면 세 사발은 내드라고. 난 내 이름도 몰라갖고. 글을 모릉 게 맨날 막차타고 추운데 오고 그랬어. 전주 가는 것은 어찌어찌 가는디 올 때는 오는 글씨를 알아야 타고 오지. 고산 글씨를 몰라 갖고. 여기서 다슬기 가지고 전주가서 팔면 일찍 파는디 차를 몰라갖고 우두커니 기다려. 그때만 해도 쪼깨 젊은 게 넘한테 챙피해서 못 물어보고. 결국은 물어보고 올거면서 막차타고 왔어 캄캄한데. 그라도 인제는 글 좀 배웠다고 차는 타고 다닝게 그것이 감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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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그, 요 앞에 냇가에 다슬기가 겁나. 대아리 저수지 밑에. 거기 가면 다슬기를 큰 다라이로 하나씩 잡아서 이고 왔었어. 차가 없응게 그걸 이고 집으로 오면 모가지가 자라 모가지마냥 쏙 들어가지고 나오들 않았어. 물속에 그냥 들어앉아서 잡는거여. 점심도 굶고. 아침에 집에서 나가서 찐빵하나 사서 먹고 들어가면 하루 종일.
나는 셋째 딸 낳고 니이레(한달)만에 다슬기 잡기 시작했어. 여름에. 그랬으니 어떻것어 몸뚱이가. 말도 못혀. 우리 셋째 딸은 젖도 못 맥였어. 다슬기 잡느라고. 아침 열시에 나가면 저녁에 여덟시나 들어옹께. 우리 할머니가(시어머니가) 쌀 갈아갖고 풀 끓여서 사카루 타서 그렇게 해서 맥였어. 가(걔) 생각하면 마음이 맨날 아퍼. 서울 살어. 그때가 살면서 젤로 고비였어.
하여튼 나는 남보다 잡으면 한사발이라도 더 잡았어. 손에 잽히면 놓치질 않았당게. 그거 놓치면 애들 밥을 굶기는데. 긍게 물속이 쪼매 짚(깊)어도 죽기 살기로 잡아갖고 저기를 했지.
냇가 보면 고맙지. 시상 거따가(거기에) 의지하고 벌어먹고 살았응게. 얼마나 감사혀. 시방은 물이 많아서 못 들어가. 저 용담댐 물이 나옹게. 전주 사람들은 물안경 쓰고 보트타고 잡아가드만. 그때는 물이 요만치밖에(종아리를 가리키며)안 찼거든.
우리 손녀가 열일곱. 우리 손자는 스무살. 이제 설 쇠고 나면 군인가. 집이 비지 인자. 마음이 허전하겠지. 에이, 그렇다고 울긴 뭘 울어. 나 안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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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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