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떨어지면서 또 ‘재벌 빨아주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경향 각지의 언론들은 이달 들어 환율이 떨어지자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증가한다며 예의 앵무새 우는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오전 9시 현재 전거래일보다 0.5원 내린 1105원에 거래가 시작되며 엿새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환율 하락(원화값 상승) 속도가 빨라지자 일부 일간지들은 한국 경제의 수출부진과 내수침체 속에 환률 하락이라는 ‘3중고’가 울렸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발 위기로 수출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가운데 목표환율로 정한 1100원마저 무너지면 심리적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고환율로 살찌던 수출 재벌들의 호주머니가 털리는 신호일 뿐 일반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청신호로 대단히 반길 일이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싸지고 해외로 나가는 국민들의 구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수입물가 하락은 국내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지나치게 수출시장으로 몰리던 자원배분을 내수시장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환율 하락은 미국의 유동성 확대 조치와 경제지표 개선,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기대감 등으로 그간 세계경제를 옥죄던 ‘위기론’이 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간 안전자산인 달러에만 몰리던 화폐 수요가 원화와 같은 신흥국들의 안정적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안정된 펀더멘털이 확인되면서 환율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환율하락에 대해 호들갑을 떨기 보다는 그간 방치됐던 내수 확대와 경제구조 재편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관광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한국에 몰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제는 지난 5년간의 재벌 편향적 왜곡된 환율 정책을 포기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환율정책으로 전향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강민규기자 kotri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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